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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ster story

지구는 항상 목이 마르다.

  지구는 3분의 2가 물로 덮여 있지만 인간이 쓸 수 있는 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구가 머금고 있는 물의 양은 약 13억 8천만km3 입니다. 이것을 100%로 잡았을 때 바닷물을 97.41%이고 민물은 2.59%입니다. 이 중 1.984%는 빙하나 빙산으로 얼어 있는 상태이고, 0.592%는 땅 속에 있는 지하수입니다. 이것들을 제외하면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은 0.014%인데, 이 중 호수에 담긴 물은 0.007%, 토양이 머금고 있는 물이 0.005%, 증발되어 대기 중에 떠 있는 물이 0.001%, 하천수가 0.0001%, 생물군에 0.0001%의 물이 있습니다.

 

 지구 전체의 물을 100리터라고 했을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조그만 티스푼 반 순가락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물을 지구상에 살고 있는 65억 명이 나눠쓰고, 산업용, 농업용, 가정용 등 여러 쓰임새 별로 다시 나누면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양은 더욱 적어집니다.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의 양이 이렇게 부족하다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강물과 냇물, 약수터, 땅 위를 흐르는 물이 너무 탁해졌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물을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는 삶의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기본구조를 이루고 있는 철강을 생산하는 중화학공업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고 폐수도 많이 안들어냅니다. 도시생활 역시 상수도와 수세식 양변기, 개인 목욕시설 등 물을 편하고 손쉽게 소비하는 삶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국은 늘어나는 물 소비량을 충족하기 위해 황허의 물을 끌어 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1972년, 장구한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황허가 말라버렸습니다. 그 뒤에도 일 년에 몇 번씩 강이 말라버리는 일이 일어났고 점점 그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강을 하수도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럽은 물 오염이 큰 고민입니다. 영국의 한 보고서는 해수욕을 할 수 있는 영국의 해변 472군데 중 오염되지 않은 곳은 45군데뿐이라고 밝혔습니다. 2004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당신의 오줌이 세계 11억 명이 날마다 마시는 물보다 깨끗하다'는 포스터가 내걸렸습니다. 실제로 물이 부족한 개발도상국가 국민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씻고 마시고 청소하고 요리하는 데 드는 물의 양은, 선진국 사람들이 변기를 사용하고 한 번 내리는 물의 양과 비슷한 13리터입니다.

 

  유엔인간정주계획이 펴낸 보고서 <세계 도시의 물과 위생>은 아프리카 도시 거주민의 50%인 1억 5천만 명이 맑은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60%인 1억 8천만 명은 수도와 욕실, 화장실 등의 위생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하루마 슬럼 마히라에는 10가구마다 1개꼴로 화장실을 갖추고 있으며, 332가구 1,500명이 사는 지역에 욕실 딸린 화장시른 단 2개가 있을 뿐입니다. 아시아에서는 7억 명이 맑은 물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8억 명은 지저분한 위생시설 때문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역시 도시 거주민의 30~40%가 물이 부족해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날 쓸 물을 길어오기 위해 여성들이 날마다 평균 10km 이상을 4시간 넘게 걸어서 왕복해야 합니다.

 

 

  전쟁터에서 총을 맞아 죽는 사람보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는 사람이 더 많고, 오염된 물보다 오염된 공기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지구촌 사람 5명 중 1명은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하고, 5명 중 2명은 위생설비의 혜택을 받지 목하고, 9/11테러 때 사망한 사람 3,000여명 보다 5배나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뜻하는 한자인 '동(洞)'자를 풀어보면 '물(水)이 같다(同)', 혹은 '같은 물을 마신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물이 마을을 이루는 근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류 문명이 발생한 유명한 강과, 같은 물을 마시며 사는 사람들은 지금 물꼬싸움이 한창입니다. 이집트와 수단에 걸쳐서 흐르고 있는 나일강과 요단강,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메콩강 등이 그렇습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반갑지 않은 손님인 장마와 태풍이 느닷없이 찾아와서 큰 피해를 끼칩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지고 세상을 다 휩쓸어버릴 듯 바람이 몰아칩니다. 그래도 한반도는 여전히 물이 부족합니다. 물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물의 행성, 지구는 늘 강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